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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바나나만 집어 들다가 문득 블루베리를

다시 보게 된 건 얼마 전 일입니다.

눈 건강에 좋다는 말은 귀가 닳도록 들었지만,

혈당 관리와 당뇨 예방에도 이렇게 깊이 연관된 과일인 줄은 솔직히 몰랐습니다.

2013년 하버드 연구에서 18만 7천 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블루베리가 당뇨 예방에 압도적인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안토시아닌, 블루베리가 유독 혈당에 강한 이유

블루베리가 당뇨에 좋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

그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막연하게 "과일이니까 좋겠지"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안에 꽤 구체적인 기전이 있었습니다.

핵심은 안토시아닌(Anthocyanin)입니다.

안토시아닌이란 식물의 보라색이나 청색을 만드는 색소 성분으로,

플라보노이드 계열에 속하는 항산화 물질입니다.

쉽게 말해 세포가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물질인데,

블루베리에는 이 성분이 다른 과일에 비해 월등히 많이 들어 있습니다.

검은콩이나 자색 고구마에도 안토시아닌이 있지만,

블루베리가 이들을 압도한다는 것이 여러 논문의 공통된 결론입니다.

또한 블루베리에는 케르세틴(Quercetin)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케르세틴이란 플라보놀 계열의 항산화 성분으로, 안토시아닌과 함께 작용해

인슐린 신호전달 체계를 개선하는 역할을 합니다.

인슐린 신호전달 체계란 우리 몸이 혈당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이는 과정 전체를 말하는데,

이 흐름이 무너지는 것이 바로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세포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며,

2형 당뇨의 핵심 원인으로 꼽힙니다.

2016년 메타 분석 연구에서는 베리류와 콜레스테롤 관련

임상 대조 연구 22개를 종합한 결과, LDL 콜레스테롤이 평균 8.1mg/dL 감소했으며

추가 연구가 필요 없을 정도로 효과가 확실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LDL 콜레스테롤이란 혈관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이른바 '나쁜 콜레스테롤'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었을 때 꽤 놀랐는데, 혈당뿐 아니라 혈관 건강까지 함께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블루베리를 단순한 과일 이상으로 보게 만들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꼽은 10대 슈퍼푸드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과일이

블루베리라는 사실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가 됩니다. (출처: WHO 공식 사이트)

 

 

혈당관리, 얼마나 먹어야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좋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얼마나 먹어야 할까요?

이게 저도 제일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논문마다 수치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연구들을 종합하면 실천 가능한 기준이 나옵니다.

1. 일주일에 최소 3회 이상 섭취: 하버드 연구에서 블루베리를
   주 3회 먹었을 때 당뇨 발생 위험이 26%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 하루 50g 이상이 기준: 2021년 오슬로 메트로폴리탄 대학 연구에서는
    하루 50g 섭취 시 당뇨 위험이 40%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블루베리 한 알이 약 2g이니, 25~30알 정도입니다.
3. 대한당뇨병학회 교환 단위 기준: 1,600kcal 식이 기준으로
    하루 80g, 1,700kcal 이상이라면 150g까지 섭취 가능합니다.
    간단히는 남성 150g, 여성 75g을 기준으로 삼아도 됩니다.

 

2021년에 진행된 소규모 임상 연구에서는 흰빵과 블루베리를 함께 먹었더니

오히려 흰빵만 먹었을 때보다 혈당이 더 낮게 나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연구 대상이 10명으로 매우 작은 규모라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저는 이 결과를 보면서 블루베리를 단순한 간식이 아닌

식사 구성의 일부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루베리 100g의 당 함량이 구글 검색 기준으로 약 9g으로 알려져 있지만,

농촌진흥청 자료 기준으로는 냉동 블루베리 100g당 약 6g대에 불과합니다. (출처: 농촌진흥청)

각설탕 세 개 정도의 당 함량으로 혈당을 낮추는 효과를 내니,

이 정도면 충분히 실천해 볼 만한 과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랙베리도 블루베리에 버금가는 안토시아닌 함량을 가지고 있고,

복분자 역시 블랙베리와 같은 종으로 분류됩니다.

다만 딸기의 경우, 국내 유통되는 개량 품종은 당도가 높고

당뇨 예방 효과가 다른 베리류만큼 뚜렷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어

베리류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섭취방법, 냉동이냐 생과냐 그리고 잘못 알려진 상식들

블루베리를 먹기로 마음먹었다면 이제 어떻게 먹을지가 남습니다.

저도 처음에 냉동 블루베리를 사 놓고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

우유에 넣어도 되는지 꽤 검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냉동 블루베리가 생과보다 안토시아닌이 더 높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이 말이 나온 근거는 2004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 연구인데,

냉동 후 안토시아닌 함량이 7.2에서 8.1로 소폭 올랐다는 수치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논문의 결론은 "냉동 후 함량이 줄지 않았다"는 것이지,

"냉동이 더 낫다"는 뜻이 아닙니다.

반면 비타민 C는 냉동 과정에서 절반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니 생과를 일부러 얼려 먹는 것은 굳이 권할 이유가 없습니다.

세척 방법도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을 따르는 것이 맞습니다.

냉동 블루베리 포장지에 '과채 가공품'으로 표기된 경우는

이미 세척 후 냉동된 제품이고, '농산물'로 표기된 것은 섭취 전 반드시 세척이 필요합니다.

표기가 없는 경우에도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어 드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단, 안토시아닌은 수용성이라 물에 오래 담그면 보라색 성분이 빠져나갑니다.

담그는 과정은 생략하고 흐르는 물에만 헹구는 것이 낫습니다.

우유와 함께 먹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많이 퍼져 있는데,

이건 2009년 이탈리아 국립 식품 영양 연구소의

11명 대상 소규모 연구 하나에서 비롯된 이야기입니다.

한편 블루베리를 우유 스무디에 넣었더니

인슐린 민감도(Insulin Sensitivity)가 향상됐다는 연구도 존재합니다.

인슐린 민감도란 세포가 인슐린에 얼마나 잘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혈당 조절이 원활합니다.

유단백이 안토시아닌 흡수를 일부 방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만으로 우유를 완전히 배제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요거트에 넣어 먹는 것이 맛도 있고

유산균까지 함께 챙길 수 있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재냉동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세균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 구입할 때 1회 섭취량 단위로 소분해 두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냉동 블루베리를 꺼내면 바로 드시고, 남긴 것은 버리는 것이 맞습니다.

블루베리가 당뇨를 치료하거나 만병을 해결하는 식품이라는 생각은 경계해야 합니다.

이 글도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연구 정보를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다만 과자나 달콤한 디저트 대신 냉동 블루베리 한 줌을 꺼내는 습관 정도는

지금 당장 시작해 볼 수 있는 작은 변화입니다.

균형 잡힌 식단과 꾸준한 운동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는 변하지 않지만,

그 식단 위에 블루베리 한 자리를 만들어 두는 것,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참고: https://youtu.be/7-U30qTumpY